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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남산 데이트 | 남산돈가스, 도서관 산책, 타워

by owena88 2025. 5. 14.

결혼하고 신혼생활을 즐기던 어느 초여름 주말, 남편과 함께 남산으로 데이트를 다녀왔습니다. 평소 주말마다 가까운 곳으로 산책하며 데이트를 즐겼지만, 이날은 서울 중심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걷고, 먹고, 즐기는’ 코스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반팔에 반바지를 입을 만큼 더운 날씨였지만, 남산의 그늘진 길과 짙은 녹음, 그리고 오랜 역사를 품은 공간들은 신혼의 추억을 더욱 짙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글은 남산에서의 하루를 소제목별로 정리한 기록입니다.

1. 남산돈가스 – 원조 맛집에서 시작한 신혼 데이트의 에너지 충전

남산 데이트의 시작은 바로 ‘남산돈가스’였습니다. 남산은 원래도 돈가스 맛집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지만, 저희는 그중에서도 ‘원조’라고 불리는 오래된 집을 찾아갔습니다. 이곳은 수십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이어온 곳으로, 내부 인테리어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겉은 낡았지만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찼고,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약 2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입장했고, 벽면에는 다양한 연예인 사인과 오래된 신문 기사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메뉴는 단출했고, 대표 메뉴인 왕돈가스함박스테이크를 각각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인당 12,000원대였고, 세트로 구성된 메뉴는 밥, 샐러드, 미소된장국이 함께 나왔습니다.

돈가스는 튀김옷이 바삭하면서도 기름지지 않았고, 고기는 두껍고 촉촉했습니다. 한입 베어물자마자 육즙이 느껴졌고, 고소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남편 입맛에 딱 맞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함박스테이크의 촉촉한 맛이 더 마음에 들었고, 둘 다 만족스러워 서로의 음식을 나눠 먹으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식당 내부는 오래된 느낌이지만 위생 상태는 깔끔했고, 직원들도 친절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그 독특한 분위기였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마치 일본의 오래된 정식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 정취가 신혼부부의 데이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꽉 찼고, 더운 날씨에 기름진 음식을 먹었더니 바로 이동하기보다는 잠시 쉬며 산책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근처에 있는 남산도서관이 되었습니다.

2. 남산도서관 – 소화도 시킬 겸, 고요한 언덕길에서 만난 시간

남산도서관은 남산의 한쪽 언덕 위에 자리잡은 조용한 공공도서관으로, 남산의 푸르른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돈가스를 먹고 배가 불러 잠시 쉬고 싶었던 저희에게 도서관 주변 산책은 최적의 코스였습니다. 이곳은 과거 서울시립남산도서관으로 불리던 공간이며, 일반 시민 누구나 출입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 입구 앞에는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었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는 나무 그늘이 시원하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들도 있었고,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저희는 도서관 내부에 들어가지는 않고, 주위를 천천히 걸으며 가볍게 산책했습니다.

도서관 옆쪽 언덕은 서울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전망 포인트도 있고, 걷는 길도 완만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느긋하게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가끔은 말없이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신혼 초라 그런지, 사소한 풍경과 순간들도 모두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남산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심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그 속도가 무척 느리다는 점이었습니다. 서울의 소음과 분주함에서 벗어나, 책과 자연, 그리고 정적이 공존하는 이곳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기에 참 좋은 장소였습니다. 책 읽는 사람들, 조용히 걷는 노부부, 그리고 사진을 찍는 연인들까지. 남산도서관은 분명한 목적이 없어도 한 번쯤은 들를 가치가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나니 땀이 조금 맺혔고, 이제 본격적인 남산타워로의 등반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식후 산책이 끝나자 남편은 이미 다시 활력을 찾은 듯 보였고, 저는 “운동 좀 해야겠다”는 말과 함께 타워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3. 남산타워 – 힘들게 올라간 만큼 더 아름다웠던 서울의 전경

남산타워, 혹은 N서울타워는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서울의 전경을 가장 아름답게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로 손꼽힙니다. 남산도서관 근처에서 출발해 타워까지는 다양한 등산로와 계단길이 이어져 있으며, 저희는 무리하지 않는 코스를 따라 도보로 올라갔습니다. 이 길은 평소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꽤나 도전적인 코스였습니다.

처음에는 나무 계단으로 시작되었고, 나중에는 거의 등산로처럼 이어지는 흙길과 경사진 포장도로가 나타났습니다.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빠졌지만, 중간중간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고 물을 마시며 조금씩 오르니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도중에 만난 풍경은 오히려 우리를 더 걷게 만들었습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바람결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서울 도심의 빌딩들.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자, 눈앞에는 웅장한 N서울타워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타워 앞 광장은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였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타워 전망대 입장은 유료였지만, 저희는 특별히 티켓을 구매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모습은 정말 멋졌습니다. 한강이 길게 흐르고, 북쪽으로는 북악산과 북한산이, 동쪽으로는 강남과 롯데타워가 멀리 보였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를 실감할 수 있었고, 남편과 함께 이 풍경을 공유할 수 있어 더욱 특별했습니다.

전망대를 나와 타워 주변의 자물쇠 공간에서도 사진을 찍었고, 아이스크림을 사서 벤치에 앉아 먹으며 여유롭게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아래로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 대신 계단길을 천천히 걸었고, 오르막길보다 훨씬 수월하게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신혼부부로서 함께한 남산타워 등반은 단순한 데이트가 아닌 ‘작은 모험’처럼 느껴졌고, 힘들지만 결국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과 감동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경험이 되었습니다.

결론

초여름 햇살이 따스했던 어느 주말, 남산에서의 하루는 결혼 후 첫 해의 신혼 데이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남산돈가스의 든든함, 남산도서관의 조용한 산책, 그리고 남산타워에서 마주한 서울의 전경까지. 땀을 흘리고 걷고 웃으며,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도 이렇게 특별한 하루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고, 앞으로도 이 기억은 오랜 시간 소중히 간직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