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던 그날, 목적지는 단 하나, 광안리였습니다. 여러 곳을 욕심내기보다는 한 곳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기로 했고,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였습니다. 광안리 해변을 따라 산책하고, 민락회타운에서 신선한 회를 먹고, 마지막은 바다가 보이는 공차에서 타로 밀크티로 마무리한 하루. 연애 중이던 그 시절,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과 함께 보낸 그 하루는 바다보다 더 반짝였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1. 광안리 해수욕장 – 부산의 바다를 배경으로 남긴 우리 둘의 기록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곧바로 광안리로 향했습니다. 부산지하철 2호선을 타고 광안역에 도착해 5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광안리 해수욕장이 펼쳐집니다. 광안대교가 길게 뻗은 수평선 위에 떠 있고, 그 아래로 잔잔한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은 도심 속에서도 휴양지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아침 시간대의 광안리는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바다 공기는 아직 차가웠지만,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고 있어 걸으며 사진 찍기에 딱 좋았습니다. 우리는 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위치를 찾아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고, 점점 자연스럽게 셀카도 찍고, 바닥에 앉아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장 한 장 사진을 남겼습니다.
광안리 해변은 일반적인 백사장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양쪽으로 늘어선 고층 빌딩과 카페들,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는 도시와 자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선사합니다. 해변 산책로는 보행자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어 커플들이 천천히 걷기에 매우 좋으며, 곳곳에 벤치와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어 사진 찍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특히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한 사진은 부산을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며, 일출이나 일몰 시간대에는 황금빛과 주홍빛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오전에 도착했기에 청명한 햇살 속에서 광안리를 담을 수 있었고,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손을 꼭 잡고 있는 우리 모습이 잘 어우러진 사진들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해변에서 한참을 걷고 앉아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대화도 깊어졌습니다. 일상에선 쉽게 하지 못했던 말들이 바다 앞에선 스르르 나왔고, 그 고요한 순간들이 지금도 마음에 잔잔히 남아 있습니다. 단순히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충전되는 기분이 들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느꼈습니다.
2. 민락회타운 – 신선한 회와 따끈한 매운탕, 그리고 웃음 가득한 식사
산책으로 적당히 배가 출출해졌을 때, 우리는 해변을 따라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민락회타운으로 이동했습니다. 광안리 바닷가 끝자락에 위치한 이 건물은 회센터처럼 운영되는 곳으로, 1층에는 회를 파는 수산시장, 2층 이상은 좌석이 있는 식당 구조입니다. 여러 상가가 입점해 있으며, 원하는 회를 1층에서 구매한 후 상차림 비용을 내고 위층에서 식사하는 방식입니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수많은 횟집들이 경쟁하듯 손님을 맞이합니다. 우리는 한 횟집 아주머니의 권유를 받아 광어+우럭 모둠회를 3만 원에 구입했고, 상차림 비용은 인당 4천 원 정도였습니다. 회는 생생한 활어 그대로 썰어주며, 김, 쌈장, 초고추장, 마늘, 쌈채소, 미역국 등도 함께 세팅됩니다. 자리를 잡은 창가에는 바다가 보였고, 적당히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도 따뜻한 점심 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회는 매우 신선했습니다. 숙성되지 않은 쫄깃한 식감과 맑은 풍미는 바닷가에서 먹는 회만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깻잎과 마늘을 곁들여 쌈으로도 먹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즐겼습니다. 남자친구였던 그는 회를 특히 좋아했기에, 먹는 내내 표정이 밝았고 “부산 와서 제대로 먹는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습니다.
회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미리 주문해둔 매운탕이 나왔습니다. 회를 뜨고 남은 뼈를 넣어 끓인 국물은 얼큰하고 구수한 맛이 났으며, 식사의 마무리로 정말 딱이었습니다. 밥을 말아 먹기도 하고, 국물만 계속 떠먹기도 하며 속을 따뜻하게 달랬고, 해장 느낌으로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민락회타운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한 구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바다 전망, 신선한 해산물, 자유로운 분위기까지 모두 갖춘 이곳은 광안리에서 식사를 하기 좋은 장소로 강력히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회타운 앞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잠깐 걸으며 소화를 시켰고, 이어서 마지막 장소인 카페로 향했습니다.
3. 공차 – 바다를 바라보며 마신 타로 밀크티의 진한 여운
광안리에는 유명한 로컬 카페들도 많지만, 우리는 익숙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의 공차 광안리점을 선택했습니다. 해변이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 2층에 위치해 있어, 창가에 앉으면 바다를 바라보며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걷기 좋은 위치에 있어 회타운에서 이동하기도 편했고, 오후 시간대라 자리가 비교적 여유로웠습니다.
우리는 나란히 창가에 앉아 타로 밀크티와 우롱 밀크티를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당도는 50%, 얼음은 적게로 설정해, 천천히 마시며 해변 풍경과 함께 오후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고, 그 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바다와 광안대교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무척 평화로웠습니다.
공차의 타로 밀크티는 쫀득한 펄과 함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으며, 하루의 피로를 부드럽게 녹여주는 맛이었습니다. 남자친구였던 그는 진한 우롱차 향이 인상적이라며 “역시 밀크티는 공차가 최고다”는 농담을 던졌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음료를 한 모금씩 바꿔 마셨습니다.
카페 안은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그 사이로 커플, 친구들, 가족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바다를 보며 앉아 있었고, 말없이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이번 여행의 순간들을 마음속에 조용히 저장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당일치기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여운은 오히려 더 진했습니다. 광안리 해수욕장, 민락회타운, 공차까지 이어지는 세 곳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아름다웠고, 부산은 우리 기억 속에서 그 어떤 장소보다 특별한 곳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결론
연애 중이던 시절, KTX를 타고 하루 동안 부산의 광안리만을 천천히 걸었던 여행. 그 하루는 목적지를 여러 곳 채우는 것보다 ‘같이 있는 시간’의 깊이를 더해주는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바다와 회, 밀크티, 그리고 나란히 찍은 사진 몇 장. 지금 돌이켜봐도 그날의 부산은 따뜻했고, 그 모든 기억들이 오늘의 우리를 만든 퍼즐 조각이 되었습니다. 광안리에서 보낸 그 하루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흐려지지 않는 빛나는 기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