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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당일치기 여행 | 시어스타워, 시카고피자, 거리와 공원

by owena88 2025. 5. 5.

밀레니엄 파크 안에 있는 독특한 조형물인 콩(The Bean) 관련 사진

미국 중서부의 대표 도시, 시카고. 4월의 시카고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봄의 기운이 스며든 계절이었습니다. 엄마와 단둘이 떠난 미국 여행 중 하루를 시카고에 할애했고, 한인 운전기사가 함께하는 택시투어를 통해 당일치기 코스로 시카고 다운타운의 핵심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언어 걱정 없이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이동하는 방식은 엄마와의 여행에 안성맞춤이었고, 시카고의 멋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1. 시어스/윌리스 타워와 쉐드 아쿠아리움 – 시카고의 상징

시카고 투어의 첫 시작은 단연 윌리스 타워(구 시어스 타워)였습니다. 1973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이름을 알렸고, 지금도 시카고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높이 442미터, 110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시카고의 고층건축을 대표하는 존재이며, 전망대인 스카이덱(Skydeck)은 관광객들에게 꼭 추천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한인 운전기사님의 안내에 따라 빠르게 티켓을 구매한 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올라가는 몇 초 동안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빠르게 상승했고, 문이 열리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감탄을 자아내는 뷰였습니다.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공간에서는 미시간호, 시카고 강, 다운타운의 마천루, 심지어 맑은 날이면 인디애나주까지도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유리 발코니인 '더 래지(The Ledge)'였습니다. 유리 바닥으로 되어 있어 건물 바깥으로 나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엄마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사진 한 장 남기자는 제 말에 용기를 내셨고, 서로 손을 꼭 잡고 유리 위에 섰습니다. 발 아래로 보이는 도심과 차들이 장난감처럼 작게 보이는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스카이덱에서의 감동을 뒤로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한 곳은 쉐드 아쿠아리움(Shedd Aquarium)이었습니다. 미시간호수 옆에 위치한 이 수족관은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전 세계 다양한 해양 생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마존 강, 캐리비안, 태평양 해양 구역 등 테마별로 전시가 잘 구성되어 있어 연령과 상관없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엄마는 특히 해파리 전시관을 좋아하셨고,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아 유영하는 해파리들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우리는 돌고래와 벨루가 고래 쇼도 관람했는데, 동물과 조련사 간의 교감이 인상 깊었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쉐드 아쿠아리움에서 나와 바깥으로 나오면 아들러 천문관필드 자연사 박물관이 근처에 있어 관광 루트로 이어지기 좋습니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호수 옆 벤치에 잠시 앉아 햇살을 쬐며 봄을 느낄 수 있었고, 시카고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시카고의 대표 랜드마크 두 곳을 오전에 집중적으로 둘러본 일정은 택시투어 덕분에 효율적이고 여유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체력 부담이 적었던 점도 엄마와 함께였기에 큰 장점이었습니다.

2. 시카고 피자 – 깊고 진한 한 조각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운전기사님께서 추천해주신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시카고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가 시카고 스타일 딥디쉬 피자(Chicago Deep Dish Pizza)입니다. 일반적인 피자보다 훨씬 두껍고, 파이처럼 깊게 만든 도우 안에 치즈, 토마토소스, 다양한 토핑이 가득 담겨 있어 식사처럼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피자입니다.

저희가 방문한 곳은 시카고 피자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기아노스 이스트(Giordano’s East)였습니다. 외관은 붉은 벽돌 건물로, 내부는 클래식한 미국식 레스토랑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점심 시간대라 사람이 많았지만, 기사님께서 미리 전화로 예약해두셔서 편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메뉴판을 살펴보다가 가장 클래식한 ‘시그니처 치즈 딥디쉬 피자’와 시저 샐러드를 주문했습니다. 딥디쉬 피자는 조리 시간이 30~4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엄마와 함께 오늘 오전 본 풍경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천천히 익어가는 피자의 향이 퍼지며 식욕을 자극했고, 커다란 접시에 피자가 등장하자 주변 테이블에서도 시선이 몰릴 정도로 비주얼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치즈는 말 그대로 넘칠 정도로 풍부했고, 도우는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게 익어 있었습니다. 칼로 썰어 포크로 집어먹을 때마다, 토마토소스와 치즈, 페퍼로니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입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엄마는 평소 치즈를 그리 즐기지 않으시지만, “이건 너무 느끼하지 않다”며 만족스럽게 드셨습니다. 무엇보다 천천히 한 조각씩 나누어 먹으며, 서로 웃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기아노스 피자의 양은 매우 많아 두 사람 기준 한 판을 다 먹기 힘들 수 있으며, 포장도 가능해 남은 피자를 챙겨 여행 중 간식으로 즐기기에 좋습니다. 식사 후에는 바로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잠시 쉬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소화도 시키고, 오후 일정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3. 다양한 건물과 파크 –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오후 일정은 시카고 다운타운의 대표적인 건축물과 공원들을 천천히 둘러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카고는 건축 도시로도 유명하며, 다양한 시대의 건축 양식이 한 도시에 공존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미시간호를 따라 펼쳐진 공원과 강 주변의 산책로는 도심 속 휴식을 제공하는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먼저 들른 곳은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였습니다. 공원 중심에 위치한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흔히 ‘빈(Bean)’이라 불리는 조형물은 시카고의 대표 포토스팟 중 하나입니다. 거대한 콩 모양의 조형물은 반사되는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변하며, 날씨에 따라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저희는 그 앞에서 다양한 각도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엄마는 “이거 정말 신기하다”고 하시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셨습니다.

공원 주변에는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Jay Pritzker Pavilion)이라는 야외 공연장이 있으며,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음악 공연이 열립니다. 4월이라 본격적인 시즌은 아니었지만, 무대와 구조물을 직접 볼 수 있었고, 음악의 도시라는 시카고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시카고강을 따라 이어지는 리버워크(Chicago Riverwalk)를 걸었습니다. 도심의 고층 건물 사이로 흐르는 강물, 그리고 그 강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다리들은 시카고만의 도시 미학을 만들어냅니다. 건물 하나하나가 건축사적으로 의미를 지니고 있어, 걸을 때마다 가이드가 된 기사님의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존 행콕 센터, Wrigley 빌딩, 마리나 타워 등은 시카고 건축 투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책 중에는 간단히 길거리 아트마켓도 구경했고, 엄마는 소소한 액세서리를 하나 구매하시며 기념으로 간직하셨습니다. 해가 점점 기울어가던 시간, 미시간호 방향으로 향해 바닷가 산책로에서 하루의 끝자락을 맞이했습니다. 호수 너머로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며 엄마와 조용히 걸었던 그 순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결론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카고에서 보낸 당일치기 여행은 엄마와 나, 두 사람에게 오래 기억될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건물 하나, 음식 한 조각, 바람 한 줄기까지 함께 경험하며 나눈 대화들이 이번 여행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한인 택시투어 덕분에 편안하고 알찬 일정이 가능했고, 다음에도 또 이런 방식으로 소중한 사람과 도시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의 크기보다, 함께한 사람과 나눈 감정이 여행의 깊이를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