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짧지만 깊고 따뜻했던 엄마와의 여행. 캐나다 동부는 단풍과 도시,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땅이었습니다. 우리는 한인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버스투어를 신청했고, 토론토에서 시작해 천섬, 오타와, 퀘벡을 거치는 알찬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많은 관광지를 빠듯하게 이동했지만, 그 속에서 엄마와 함께 보낸 시간은 그 어떤 순간보다 소중하고 오래 기억될 추억이 되었습니다.
1. 토론토와 천섬 – 도시와 자연의 첫인상을 선사해 주는 곳
여행의 출발지는 캐나다 최대 도시인 토론토였습니다. 한인 가이드분과 함께한 패키지 투어는 공항 또는 숙소 근처에서 픽업이 이루어졌으며, 한국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편안하게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에 올라 엄마와 나란히 창밖을 바라보며 토론토 시내를 누비는 첫 순간, 비행의 피로마저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토론토에서는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CN타워를 먼저 방문했습니다. 높이 553m의 이 타워는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며, 유리 바닥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는 스릴 넘치는 체험도 가능합니다. 엄마는 처음엔 무서워했지만, 이내 유리 위에 조심스레 올라 기념사진을 남기셨습니다. 토론토 다운타운의 질서 정연한 빌딩숲과 멀리 온타리오 호수가 보이며 도시의 스케일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퀸즈 파크(주 의사당)와 토론토 대학교 근처를 지나며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붉은 벽돌 건물들이 이어지는 캠퍼스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고풍스러웠고, 엄마는 “여기서 공부하면 기분 좋겠다”며 감탄하셨습니다. 짧은 자유시간 동안에는 다운타운 중심가인 이튼센터에서 간단히 간식을 사 먹기도 했습니다.
오후에는 차를 타고 천섬(1000 Islands)으로 이동했습니다. 토론토에서 약 3시간 거리의 가나노크(Gananoque)라는 작은 마을에서 유람선을 타고 천섬 크루즈를 즐기는 일정이었습니다. 세인트로렌스강 위에 떠 있는 수천 개의 섬들, 그리고 그 위에 지어진 예쁜 별장들과 성처럼 생긴 집들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섬 크루즈는 약 1시간 정도 진행되며, 선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섬들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선상에서 사진을 찍고, 따뜻한 커피를 나눠 마시며 조용한 시간을 보낸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특히 '하트섬'으로 알려진 볼드 성(Castle Boldt)의 사연을 들으며 엄마와 손을 맞잡았던 순간이 인상 깊었습니다.
하루 종일 이어진 일정에도 불구하고 피곤함보다 마음의 설렘이 컸습니다. 첫날의 풍경은 캐나다 동부의 매력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시작이었습니다.
2. 오타와 – 캐나다의 수도에서 만난 조용한 기품
여행 둘째 날의 주요 목적지는 오타와(Ottawa)였습니다. 캐나다의 수도이자 정치의 중심지인 이 도시는 몬트리올과 퀘벡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프랑스어와 영어가 모두 사용되는 이중 문화권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타와는 조용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가진 도시로, 대도시의 활기보다는 품격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국회의사당(Parliament Hill)이었습니다. 국회의사당은 네오고딕 양식의 건물로, 그 웅장한 외관과 정갈한 조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건물 앞에는 전쟁기념비와 캐나다 국기가 휘날리는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었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엄마와 함께 의사당 정면에서 사진을 찍으며, "우리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이후에는 캐나다 국립미술관 근처를 지나며 현대 건축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을 감상하였고, 리도 운하(Rideau Canal)를 따라 산책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리도 운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스케이트장으로도 유명한데, 우리가 갈 때는 봄이어서 스케이트를 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운하 옆을 걸으며 계절이 주는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점심은 현지 레스토랑에서 뷔페식으로 제공되었고, 음식은 캐나다 현지식과 아시아식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어 엄마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기념품 상점에 들러 메이플 시럽과 캐나다 기념 자석을 구매했습니다. 버스로 이동하는 중간중간, 가이드분의 설명과 함께 캐나다의 역사와 문화를 듣는 것도 유익했습니다. 저는 졸려서 많이 자기도 했지만, 다양한 여행지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는 그런 설명들을 잘 듣고 좋아했습니다.
오타와는 크지 않지만 정돈된 도시였고, 수도로서의 위엄과 동시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포근함도 있었습니다. 엄마와 이런 도시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조용한 감동이 스며드는 경험이었습니다.
3. 퀘벡 – 유럽을 닮은 도시에서의 마지막 밤
여행의 마지막 날, 우리는 퀘벡시티(Québec City)에 도착했습니다. 퀘벡은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축과 골목이 그대로 보존된 유럽풍 도시입니다.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건물의 양식과 간판, 거리의 분위기까지 모두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첫 목적지는 샤토 프롱트낙(Château Frontenac) 호텔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진이 찍힌 호텔로도 유명한 이곳은 고성처럼 생긴 외관과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퀘벡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텔 앞에서 내려다보는 세인트로렌스강의 풍경은 절경이었고, 마치 웅장한 건물 그림 같았습니다.
이어지는 일정은 올드퀘벡(Old Québec) 거리 산책이었습니다. 자갈길 골목과 오래된 건물들이 늘어선 이 거리에서는 프랑스어 간판과 작은 카페, 기념품 가게들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엄마는 작은 부티크에서 스카프를 고르시며 환하게 웃으셨고, 저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 자연스럽게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점심은 퀘벡 전통요리를 맛볼 수 있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즐겼습니다. 따뜻한 스프와 푸틴(poutine), 크림이 곁들여진 연어 요리가 제공되었고, 낯선 음식이지만 친절한 가이드 덕분에 잘 설명을 듣고 맛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낯선 식재료에도 거리낌 없이 드시며 새로운 음식 경험을 즐기셨습니다.
오후에는 몽모랑시 폭포(Montmorency Falls)를 방문했습니다. 높이 83m의 이 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보다도 높다고 합니다. 엄마와 손을 꼭 잡고 길을 따라 걸으며 폭포의 위엄을 감상했고,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순간이 즐겁고 사랑스러웠습니다.
퀘벡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조용히 흘러갔습니다. 하루 동안 겪었던 모든 순간이 하나의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엄마와 함께 웃고, 추억을 만들며 보낸 시간은 캐나다라는 장소를 넘어, 우리 사이의 거리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결론
3박 4일의 일정은 빠르게 지나갔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장면들은 오랫동안 가슴 속에 남아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걷고, 먹고, 감탄하고 웃었던 모든 순간은 저에게 커다란 의미였습니다. 여행의 목적지는 바뀔 수 있어도, 그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 엄마였다는 사실이 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캐나다 동부의 도시들과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한 엄마의 따뜻한 미소는 이 여행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겨주었습니다. 엄마의 친한 친구 집에 머물면서 보내주셨던 이 여행이 정말 인생에서 너무 뜻깊고 소중한 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부모님과의 여행은 한인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투어 같은 것이 유용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