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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34도의 울란바토르에서, 친구와 함께한 몽골 겨울 여행

by owena88 2025. 5. 4.

몽골 수흐바토르 광장에서 칭기스칸 동상 관련 사진

세상에서 가장 추운 도시 중 하나로 알려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그곳에서 한겨울인 11월, 절친한 친구와 함께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기온은 무려 영하 34도. 숨을 쉬면 코가 얼고, 핸드폰 배터리가 5분 만에 방전될 정도로 추운 날씨 속에서도 우리 둘은 몽골의 독특한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울란바토르에서의 겨울 여행은 다른 계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그 여행의 생생한 순간들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1. 더 블루 스카이 루프탑 – 영하 30도에서 바라본 몽골의 야경

울란바토르에서의 첫날 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중 하나는 바로 더 블루 스카이 호텔(The Blue Sky Hotel)의 루프탑 바였습니다.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고층 건물 중 하나로, 시내 중심부 수흐바토르 광장 옆에 우뚝 솟아 있는 이 호텔은 그 자체로 도시의 랜드마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외출복을 겹겹이 껴입고, 따뜻한 실내에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루프탑 바로 향했습니다.

루프탑 바는 호텔 23층에 위치해 있으며, 창밖으로 울란바토르의 도시 불빛과 설산이 어우러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입니다. 내부는 몽골 전통 문양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고풍스러운 느낌과 현대적인 감각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특히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칭기즈칸 동상과 시내 풍경은 도시의 규모감과 이색적인 분위기를 더해주었습니다.

바 메뉴는 칵테일, 와인, 위스키부터 따뜻한 허브티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추운 날씨 탓에 뜨거운 진저 허니티와 모히또를 주문했습니다. 음료의 퀄리티도 훌륭했고, 바 직원들의 영어 응대 능력도 좋아 주문과 소통이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유리창 바깥으로 펼쳐진 풍경이었습니다. 밤 9시, 영하 30도를 넘는 추위 속에서도 우리는 루프탑 외부 테라스로 잠시 나갔습니다. 테라스 공간은 짧은 시간 동안만 개방되며, 바람이 너무 차갑기 때문에 손발이 순식간에 얼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와 붉은 하늘, 조용한 도시의 불빛이 어우러져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이런 추위 속에서 야경을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습니다.

더 블루 스카이 호텔 루프탑은 단순한 전망 이상의 가치를 지닌 공간입니다. 여행 중 하루를 고급스럽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이곳에서의 한잔은 몽골의 겨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포인트가 됩니다. 이곳에서 숙박하지는 못했지만, 너무 오붓하고,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2. 수흐바토르 광장, 자이승 전망대, 기념품 샵 – 바람에 흔들린 깃발과 따뜻한 목도리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명소 중 하나는 수흐바토르 광장(Sukhbaatar Square)입니다. 몽골 독립 영웅 담딘 수흐바토르의 동상이 중심에 세워져 있고, 광장 주변으로는 정부 청사와 몽골 국립극장, 칭기즈칸 동상이 어우러져 있어 역사와 정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겨울인 11월, 수흐바토르 광장을 걸어가는 길은 정말 매서운 바람 속의 도전이었습니다.

광장에 도착하자, 시원하게 뻗은 공간과 바람에 힘차게 휘날리는 몽골 국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친구와 사진을 찍으려 장갑을 벗는 순간, 손끝이 바로 얼어붙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점프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정말 살을 에는듯한 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했습니다. 이 때 처음 느낀 추위를 이렇게 비유할 수 있습니다. 허벅지에 유리 파편들이 꽂히는 느낌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추위마저도 이 장소의 웅장함과 함께 묘한 전율로 다가왔습니다. 정면에 위치한 커다란 칭기즈칸 동상은 고요한 설경 속에서 더욱 위엄 있게 느껴졌습니다.

광장에서 차를 타고 약 20분 거리에 위치한 자이승 전망대(Zaisan Memorial)도 울란바토르에서 꼭 들러야 할 명소 중 하나입니다. 전망대까지는 수백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입니다.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오르고, 입김이 하얗게 날아가는 와중에도 친구와 서로를 부추기며 웃으며 오르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정상에 도착하면, 울란바토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도시 전체가 하얀 눈으로 덮여 있고, 저 멀리 산맥이 둘러싸인 풍경은 마치 수묵화 같았습니다. 바람은 무척 거셌지만, ‘영하 34도에서 찍은 인증샷’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습니다.

자이승 전망대를 내려와 광장 인근 기념품 상점에 들렀습니다. 몽골 전통 소품, 야크 울로 만든 장갑과 목도리, 티벳풍 액세서리 등이 즐비했고, 대부분 가격은 합리적이었습니다. 저희는 현지 가이드의 추천으로 ‘몽골산 캐시미어 목도리’를 한 사람당 하나씩 구매했습니다. 색감도 고급스럽고, 보온성도 뛰어나며 이후 여행 내내 이 목도리는 저희를 지켜준 고마운 아이템이었습니다.

3. 허르헉 – 한겨울 속 불향 가득한 전통 요리

몽골 여행 중 반드시 먹어야 할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허르헉(Khorkhog)입니다. 양고기와 채소를 커다란 철제 솥에 넣고, 뜨겁게 달군 돌과 함께 익히는 몽골 전통 요리로, 유목민의 지혜가 담긴 음식입니다. 영하 30도 바깥 날씨 속에서 허르헉은 그야말로 ‘속까지 데워주는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식당은 울란바토르 외곽의 한 가정식 전문점으로, 몽골 선교사님님의 소개로 예약 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실내는 따뜻한 스토브로 난방이 되어 있었고, 벽에는 전통문양이 장식되어 있어 정겨운 느낌이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몽골식 전통 차 ‘수우테차(Suutei Tsai)’를 마셨는데,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우유차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잠시 후 철 솥에 담긴 허르헉이 등장했습니다. 고기와 함께 감자, 당근, 양파가 넉넉하게 들어 있었고, 가장 아래에는 뜨거운 돌들이 깔려 있었습니다. 식당 직원은 이 돌을 직접 손에 쥐고 ‘행운을 기원하며’ 기운을 받는 전통이 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희도 용기를 내어 돌을 손에 올려보았고, 뜨끈한 열기와 함께 묘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양고기는 냄새가 거의 없었고,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풍미가 느껴졌습니다. 돌의 복사열로 익힌 고기는 불맛이 살아 있었고, 채소와 함께 먹으면 더욱 깊은 맛이 느껴졌습니다. 빵 대신 함께 제공되는 ‘보르츠’라는 전통 건조육 조각도 독특했으며, 친구와 함께 새로운 맛을 경험하며 서로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식사 중에는 몽골 전통 음악이 배경으로 흘렀고, 외부의 추위와 대조적으로 따뜻한 실내 분위기는 마치 유목민 가정집에 초대된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허르헉 한 그릇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우리는 다시 두툼한 옷을 입고 차가운 바깥으로 나섰습니다. 그 순간, 몸과 마음이 모두 충전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론

영하 34도의 혹한 속에서도 친구와 함께한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처음 느낀 온도와 공간이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습니다. 칼바람 속 광장과 전망대에서의 사진 한 장, 몸을 데운 조개구이와 허르헉 한 그릇, 그리고 서로의 체온을 의지해 다녔던 순간들. 몽골의 겨울은 결코 쉬운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특별하고 강렬한 감정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여행지의 온도가 낮을수록, 사람 사이의 온도는 높아진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다음에도, 또 다시 함께할 친구가 있다면 어떤 추위든 환영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