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강남의 인터컨티넨탈 호텔. 어린 시절부터 코엑스와 이 일대는 나에게 익숙한 장소였습니다. 그 익숙함 속에서 남편과 결혼 후 처음으로 함께한 1박 2일의 도심 여행은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밤을 호텔에서 보내고, 코엑스몰에서 영화와 쇼핑을 즐기고, 아쿠아리움에서 예전 가족 기억을 떠올리는 소중한 일정이었습니다. 익숙한 곳에서 새로움을 발견한 이번 여행을 소제목별로 나누어 기록합니다.
1. 인터컨티넨탈 호텔 – 익숙함 속에 머문 고급스러운 하루
이번 여행의 숙소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아닌,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이었습니다. 두 곳은 같은 계열이지만 분위기와 위치가 조금 다릅니다. 코엑스몰과 직접 연결된 인터컨티넨탈 코엑스는 삼성역 5번 출구와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며, 실내에서는 외부와 단절된 듯한 조용함을 유지하고 있어 도심 속 휴식처로 안성맞춤입니다.
체크인은 금요일 오후 3시경 진행했습니다. 프런트 직원의 친절한 응대와 함께, 어릴 적 아빠를 따라 로비를 오가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남편에게는 처음이었지만, 저에게는 반가운 향기와 익숙한 조명이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객실은 시티뷰로 선택했고, 삼성동 도심의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객실은 넓고 고급스러웠으며, 침구 상태가 매우 쾌적했습니다. 욕실은 욕조와 샤워부스가 분리되어 있었고, 어메니티는 아그라리아(Agraria) 제품이 제공되어 향기와 사용감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체크인 후 우리는 코엑스몰로 외출했다가 저녁에 다시 호텔로 돌아와 룸서비스를 주문했습니다.
룸서비스는 다소 가격대가 있지만, 호텔 호캉스의 묘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클럽 샌드위치와 트러플 감자튀김, 스파게티와 와인 한 잔을 주문해 객실 테이블에서 조용히 식사를 했습니다. 창밖의 야경과 함께 즐기는 조용한 식사는 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주었습니다. 남편은 “비싸지만 이 정도 경험은 자주 해도 좋겠다”며 만족감을 표현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호텔 조식을 즐겼습니다.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의 조식은 다양한 한식과 양식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특히 신선한 과일과 갓 구운 빵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믈렛 스테이션에서는 셰프가 직접 취향대로 조리해주며, 전반적으로 음식의 퀄리티와 배치, 동선이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조식을 마치고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 해 객실로 돌아와 천천히 짐을 챙겼습니다. 퇴실하면서 “다음엔 부모님 모시고 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익숙하지만 새로운 이 공간이 부부에게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2. 코엑스몰 – 영화, 쇼핑, 식사, 카페까지 완벽했던 복합 공간
코엑스몰은 단순한 쇼핑몰 그 이상의 공간입니다. 문화, 예술, 식사, 휴식이 모두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호텔과 지하 통로로 연결되어 있어 날씨에 상관없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체크인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메가박스 코엑스였습니다. 사전 예매해 둔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들어섰고, 좌석 간 간격이 넓고 깨끗한 상영관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코엑스몰을 천천히 돌아보며 쇼핑을 즐겼습니다. 다양한 의류 매장, 디자인 편집샵, 화장품 브랜드를 둘러보며 부부만의 시간을 보냈고, 소소한 선물도 몇 개 구매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밀레니엄광장 근처의 식당가에서 했습니다. 다양한 음식점 중 고민하다가 선택한 곳은 퓨전 한식 레스토랑이었고, 분위기 있는 실내에서 깔끔한 반상 메뉴를 즐겼습니다. 맛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이 너무 많지 않아 조용히 대화 나누기에 좋았습니다.
식사 후에는 넓게 펼쳐진 별마당 도서관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천장이 높고 공간감이 탁월한 별마당 도서관은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로도 유명하며,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남편과 함께 도서관 주변을 거닐며 책 제목을 구경하고, 사진도 여러 장 남겼습니다.
카페에서는 티라미수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나란히 앉아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하루 참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여유롭고 만족스러운 순간이었고, 도심 한가운데에서 누리는 이 특별함이 결혼 후 처음으로 부부만의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3. 아쿠아리움 – 어린 시절의 기억을 남편과 함께 다시 누림
토요일 오전, 조식을 마친 후 짐을 정리하고 퇴실한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방문했습니다. 아쿠아리움은 코엑스몰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이동이 간편하고, 가족 단위 방문객과 커플 모두에게 적합한 관광지입니다.
사실 이곳은 예전에 가족끼리 방문했던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아빠와 엄마, 동생과 함께 방문했던 그날이 오래 전임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떠올랐고, 이번엔 남편과 함께 걷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장권은 모바일로 미리 구매해 QR 코드로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으며, 입구부터 꾸며진 수조들은 여전히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테마별로 구성된 전시관이 이어지며, 아마존존, 해파리존, 산호존, 그리고 대표적인 대형 수조인 ‘해양 터널’까지 다양한 바다 생물과 그 환경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해저터널에서는 상어와 가오리, 거대한 물고기들이 머리 위로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감동적이었습니다.
남편은 처음 오는 장소라 그런지 매우 신기해했고, 저는 옆에서 예전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새삼스럽게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저기 해마는 예전에도 있었어”라며 혼잣말하듯 말하니, 남편은 웃으며 “그땐 내가 없었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갑자기 아련함과 뭉클함이 동시에 밀려왔고, ‘지금 이 사람이 곁에 있어줘서 참 다행이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아쿠아리움 관람을 마치고 마지막 기념품 가게에서 조그만 자석과 해파리 모양의 인형을 하나씩 골랐습니다. 여행을 추억할 작은 물건들이 가방 속에 담겼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며 우리는 이틀간의 여정을 되새겼습니다. 더 멀리 가지 않아도, 익숙한 공간도 얼마든지 특별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여행이었습니다.
결론
아빠의 일터였기에 누구보다 익숙했던 코엑스. 하지만 결혼 후 남편과 함께한 이 1박 2일은 익숙한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습니다. 호텔의 고요함, 쇼핑몰의 활기, 아쿠아리움의 감동까지. 도심 속에서도 충분히 휴식할 수 있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다면 어디든 여행이 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날, 다시 이 공간을 걸을 때 오늘의 기억들이 한 장면처럼 떠오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