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이 맞아 친한 동생과 짧은 국내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서울과 가깝고 볼거리도 많으며 자연 풍경까지 아름다운 춘천을 선택했습니다. 평일에 시간이 되어 사람이 붐비지 않을 것 같아 기대했고, 운전도 가능하고, 날씨도 너무 맑아서 이번 여행은 힐링하고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하루 만에 다녀오는 당일치기였지만, 오히려 그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용산역에서 춘천 ITX를 타고 떠났고, 감자옹심이를 먹고, 김유정역 레일바이크, 춘천 카누 체험, 그리고 닭갈비와 감자빵 구매까지 하루가 꽉 찼고, 그만큼 기억도 또렷했던 하루였습니다.
1. 김유정역 레일바이크 –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시골 기찻길
춘천 여행의 첫 코스는 ‘김유정역 레일바이크’였습니다. 미리 예약을 하여서 춘천역에 도착해서 렌트카를 타고 옹심이로 배를 채우고 김유정역으로 갔습니다. 경춘선 폐선 구간을 활용한 레일바이크는 서울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자연 속 액티비티로, 기찻길을 따라 천천히 달리는 동안 시골 마을 풍경과 강, 나무숲, 터널 등이 이어져 단순한 라이딩 이상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유정역은 문학기행지로도 유명한 곳이라 역사 자체도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고, 역 앞에 마련된 레일바이크 탑승장은 깔끔하고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둘은 2인용 바이크를 탔는데, 처음엔 누가 먼저 페달을 밟느냐로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이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금세 웃음이 터졌고, 바람을 맞으며 소리를 지르며 달리는 동안 일상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테마 터널은 마치 놀이공원 어트랙션처럼 구성되어 있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불빛이 반짝이는 별빛 터널, 음악이 울려 퍼지는 클럽 터널 등은 사진 찍기에도 좋았고, 동영상으로 남겨두기에도 손색이 없었다. 여유 있는 시골 풍경 속에서 레일을 따라 천천히 달리는 그 감각은 서울의 분주함과는 너무도 다른 여유로움이었습니다.
레일바이크 코스는 약 8km 정도로, 중간쯤에서 자동으로 언덕을 올라가게 해주는 전동 구간이 있어 힘들지 않게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름 경사진 곳도 있어서 우리가 페달을 밟지 않아도 속도감있게 내려갈 수도 있어 북한강을 보면서 강바람까지 맞는 여유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도착 지점에서는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김유정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간단한 간식과 기념품 가게도 있어 다음 코스를 준비하며 잠시 쉬기에 좋았습니다.
2. 춘천 카누 – 물 위를 걷는 듯한 고요함과 자유
춘천하면 호수, 그리고 카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찾아보기 전까지는 춘천에 카누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지 몰랐으나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는 바로 예약을 했고, 레일바이크가 끝나고 시간을 보니 빨리 가야겠다 생각하고 렌터카를 몰고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추어 갔습니다. 우리는 사전에 예약한 업체를 통해 카누 체험을 신청했고, 춘천 의암호 근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호수의 전경은 말 그대로 그림 같았습니다. 잔잔하게 펼쳐진 수면 위로 산이 비치고, 햇살은 부드럽게 반사되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속으로는 남자 친구와 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카누는 두 사람이 함께 타는 구조였고, 안전 교육을 간단히 받은 후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바로 물 위로 나갔습니다. 처음 노를 저을 때는 방향 감각이 익숙하지 않아 서로 반대로 저어보기도 했고, 카누가 원을 그리며 빙빙 돌기도 했지만, 그런 우왕좌왕조차도 너무 재밌었습니다. 물살은 거의 없고 수면이 잔잔해 위협적인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서로 노를 젓는 시늉을 하다가 물장난도 쳐보기도 하였고 카누가 조금 흔들렸지만 그 정도로는 끄덕하지 않는 안정감도 들었습니다.
잠시 노를 멈추고 가운데쯤 떠 있을 때는 정말 모든 소음이 사라진 듯한 고요함이 인상 깊었습니다. 둘 다 말을 멈추고 그저 호수를 바라보았고, 평소 자주 보지 못하는 자연의 조용함이 우리 사이의 대화를 대신해 주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가 배경음처럼 흘렀고, 그 시간은 참 특별했습니다.
체험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로, 처음엔 시간이 너무 긴 거 아닌가 싶었지만 막상 타보니 더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순식간이었습니다. 육지로 돌아왔을 땐 온몸이 개운한 기분이었고, 동생과 서로 “이거 진짜 다시 하러 오자”는 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3. 식도락 - 감자옹심이, 닭갈비, 감자빵
아침 일찍 출발해서 우리는 아침 겸 점심으로 옹심이를 먹자라고 계획을 하고, 춘천역에 내리자마자 렌트카를 타고 가서 소양강 스카이워크 근처에 있는 '춘천옹심이'라는 가게에 갔습니다. 본격 점심시간이 아니었음에도 그리고 시내가 아니었음에도 손님이 꽤 많았습니다. 식당 내부는 깔끔하고 아늑했고, 무엇보다 따뜻한 국물 냄새가 입구부터 퍼져 나와 배고픔을 더욱 자극했습니다. 우리는 그 허기짐에 못 이겨 감자옹심이와 감자전을 주문했습니다. 금세 나온 옹심이는 맑고 진한 국물에 쫄깃한 감자옹심이가 듬뿍 들어 있었고, 표고버섯과 애호박, 대파 등 채소가 어우러져 식감과 맛이 모두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함께 나온 감자전도 바삭하면서 고소했고, 저희는 원래 먹던 양에 비해 더 많이 먹었습니다.
레일바이크와 카누 체험을 다 하고 나서 춘천역 근처에 있는 '닭갈비' 집에 방문했습니다. 닭갈비 집이 막 몰려있는 곳은 아니었는데 우리가 간 곳은 역과 가까웠고, 실내와 실외에서 선택해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매우 맑아서 저희는 실외에서 먹었고, 숯불에 양념과 소금 닭갈비를 먹었습니다. 역시 춘천닭갈비이지 라는 생각과 함께 말없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동생은 맛있어서 가족생각이 난다며 양념 닭갈비를 포장해서 추가로 구매해서 사갔습니다.
그리고 그 근처에 '감자빵' 집이 있어서 서울과 가까운 여행이었지만, 우리도 먹고, 가족들에게도 가져다 주기위해 감자빵을 구매했습니다. mashed potato처럼 빵 안에 감자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거기서 많이 먹고 싶었지만, 하나만 먹고 나머지는 다 포장해 왔습니다. 감자옹심이, 닭갈비, 감자빵을 먹는 내내 오늘 하루의 즐거움을 되새기며 이런 여행을 자주 다니자고 약속했습니다.
결론
춘천은 언제나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도시입니다. 오랜만에 바쁘게 살던 일상을 멈추고, 가까운 사람과 함께 자연을 느끼며 웃고, 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하루는 단순하지만 매우 특별했습니다. 김유정역 레일바이크의 시골 감성, 호수 위에서의 고요함, 그리고 감자옹심이, 닭갈비, 감자빵의 따뜻함까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알차고 감성적인 여행이었습니다. 먼 지역 국내여행이 가기 부담스럽다면 서울과 가까운 춘천이야말로 당일치기 여행으로 너무 좋은 지역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도 다른 친구들과 이 코스로 와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기차를 타고 돌아왔습니다.